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행정심판 재결을 조롱하는 화천군청

opengirok 2010. 1. 18. 10:38

                                                     


도류스님(화천 불도암 주지. 정보공개센터 이사)

 

2009년 7월 27일. 화천군수업무추진비에 대한 3개월여에 걸친 정보공개청구와 이의신청 기다림의 과정을 통해 받아낸 내부결재 자료의 사본이 공개된 날이다. 정보공개센터에서 공개하는 것을 필두로 화천군수의 업무추진비 부당지출 사례가 언론을 통해 방송과 신문으로 전국에 알려졌다. 이 뉴스는 화천군 지역 사회에도 크게 알려져 현재의 자치단체 행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명백하게 그 과오가 드러났음에도 수개월이 지나도록 그 어떤 행정적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도 시정된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만일 그 모든 것이 그처럼 정당한 업무처리였다면 이를 잘못됐다고 발표한 사람과 언론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은가? 아무런 반응도 대응도 없이 그 사건은 과거의 시간 속에 파묻혀 버렸다.


  이후, 2009년 08월 8일. 나는 또 하나의 의구심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몇몇 지역사람들로부터 그 사회단체 보조금의 사용처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내용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제보한 내용들이 증거에 의해 사실로 판명되지 않은 한 어떤 추측에 의한 의혹이나 비난성 발언은 할 수 없는 것이므로, 나는 역시 정공법으로 행정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다.

 

『2008년 화천군에서 지급한 사회단체보조금 내역과 그 사회단체에서 지출한 내역을 증빙영수증과 함께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률에 정한 공개시한 10일을 한차례 연기한 뒤, 20일 만에 공개한 내용은 A4용지 한 장이 전부였다. 2008년도에 지원해 주었다는 22개 사회단체명과 지원총액의 리스트뿐이었다. 이 한 장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데에 20일의 시한이 필요했던 것이다.

 
일단, 그 리스트를 토대로 그 가운데 일곱 개 단체를 지목해서 그 단체들의 활동비지출 상세내역과 지출영수증 사본을 공개해달라는 두 번째 정보공개청구를 08월 14일 접수시켰다. 굳이 모든 사회단체를 상대로 청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1차적인 몇 개의 사회단체에 대한 공개청구에 의해 보조금지급 내역이 상세하게 공개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다른 모든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공개 받으면 될 것이다.

 
이 청구에 대해 화천군청은 역시나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했다. 법률로 정한 공개결정 연기 시한 10일을 2일이나 초과한 8월 26일 회신내용은 9월 07일까지 공개여부 결정기간이 연장되었다는 통지서였다.

 
2008년도 자료들은 이미 모두 정리가 완료되어 보관되고 있을 터인데, 특별히 공개여부 결정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혹 전격적으로 그 모든 내용을 공개하려고 준비하는 것일까? 그러나,그 결정기한 연기 이유는 기한 최종일인 9월 07일 분명하게 확인이 되었다.


내용인 즉,

<귀하께서 청구하신 내용을 관련 단체에 고지하였는데 이는 정보공개법 제21조(제3자의 비공개요청 등), 이에 관련단체 들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비공개 요청하였습니다.

비공개사유
첫째, 법인(단체)의 자유로운 사업활동의 저해.

둘째, 사회단체로서의 정당한 기본권 침해(인사 노무관리 경리 등)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군은 관련단체의 비공개요청 사유가 타당하다고 사료되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대상정보) 제1항 제7호의 규정에 근거 비공개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였다.

 

<사진출처:화천군청 홈페이지>


2008년도에 모든 관련 자료의 정리가 완료된 사안을 구태여 각 단체들에게 공개해도 좋겠느냐며 의견을 구하느라고 20일의 연장기한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정도면 이의신청을 통해 재청구를 해보았자 시간낭비일 뿐이다. 행정의 정보공개는 민주정부의 기본적인 규범이며 책무다. 더구나 사회단체보조금은 그 공공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사회일반의 도덕성과 질서가 더욱 건강하고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데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즉각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청구서를 접수시켰다. 그 청구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사회단체보조금의 지급내역과 지출증빙자료를 요구하는 청구인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므로 화천군은 비공개결정을 취소하고 공개하도록 재결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으로서, 물론 청구내용 속에는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해석 적용 내용과 함께, 과거 전주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유사사건의 행정소송에 대한 판례까지 덧붙여 청구인의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내용이었다.

 
행정심판청구를 접수한 뒤 1개월이 지나고 2개월이 지날 무렵이 되어도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아무런 회신이 오지 않았다. 법률로 정한 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된 사건처리 시한일자는 30일이다. 부득이한 경우 3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궁금해진 나는 2009년 10월 31일. 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행정심판 청구에 따른 청구사건의 심리기일을 30일 이상 연기한 구체적 이유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사건번호:2009-124. 청구인:안정호. 피청구인:화천군수>

 
이에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회신이 도착한 것은 11월 2일이었다.


내용인 즉, <귀하께서 제기한 행정심판 청구사건을 「행정심판법」제3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60일 이내(2009. 11. 15)에 재결하여야 하지만, 귀하보다 먼저 제기된 행정심판 청구사건의 재결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위 법령에 근거하여 부득이하게 30일 연장하였습니다. 아울러, 귀하께서 제기하신 행정심판 청구사건에 대하여 심리기일이 확정되면 기일통지서를 송부하여 드리겠습니다.>

 
또다시 기다리는 과정에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등기우편물이 송달되어 왔는데, 그 제목은 <피청구인 답변서>였다. 화천군청에서 나의 행정심판청구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답변내용인 것이다.


답변서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답변취지: (화천군청은) “청구인(안정호)의 청구를 기각한다”라는 재결을 구함.

답변이유: 청구인은 비공개해야할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해당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같은 내용이 공개될 경우 법인 ‧ 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 ‧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므로 청구인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함.

 
위와 같은 답변서와 더불어 화천군청에서는 각 사회단체의 <비공개요청서>를 제3자 의견서 목록으로 취합하여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 하였는데, 그것은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사회구현의 법정신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하나의 <비공개요청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단체는 “강원지역 00000활성화를 위한 2008년 00상황 종합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고, “2009 지방000실천지자체”로 선정된 단체이며, 우리 단체의 사무국 직원 또한 “0000년 000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는 사회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단체로서 개인이나 제 단체에 대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갖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자는 우리 단체의 활동비 지출 세부내역 및 지출영수증 사본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함으로서 세부적인 정황을 모르는 일반인이 보았을 때 무언가 문제가 있는 단체가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함으로서 우리 단체의 명예를 훼손 하였으며, 협의회장 이하 사무국 직원의 명예감을 현저히 침해하였다.


그러므로, 2009. 08. 14(금) 안정호씨로부터 청구된 우리단체의 활동비 지출 세부내역 및 지출영수증 사본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는 공개시 우리단체의 자유로운 사업 활동을 현저히 저해하고, 사업상의 불이익, 사회적 평가의 저하, 적정한 내부관리 등 법인단체로서 기존의 정당한 이익이 현저히 침해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비공개를 요청함.』이다.

 
그저럼 모범적이고 정당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라면 이처럼 국가 공금으로 지급받은 그 활동내용을 검증하겠다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더욱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들의 단체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모범적인 활동내역을 알려서 사회적인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해야 옳지 않은가?

 
내가 청구한 관련 사회단체들 모두 위와 비슷한 취지로 비공개요청 답변서를 첨부하여 행정심판위원회에 접수시켰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답변서에 대해서 나는 별다른 추가 의견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드디어 강원도행정심판위원회에서 행정심판 판결결과에 대한 재결서가 12월 7일 송부되어 왔는데, 최초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한 8월 8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흥분된 마음으로 재결서 봉투를 열어 확인해 보니 그 판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주문: 피청구인은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제외하고 상호를 000식당 등으로 표기한 후 정보를 공개하라.


청구취지: 피청구인이 2009.9.7 청구인에 대하여 한 정보비공개결정은 이를 취소한다.>였다.


이 판결을 감격스럽게 확인하면서, 아직 우리 사회의 근간은 정의와 민주정신의 강력한 기둥과 대들보가 변함없이 그 역할을 지탱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공개하라는 판결 이후 20일이 지난 12월 22일 무렵. 그때까지도 화천군청으로부터 사회단체보조금 지급내역과 증빙영수증을 언제까지 공개하겠다는 회신도 없고, 아무런 반응도 없기에 내가 직접 공개 시일을 전화로 물어 보았다. 민원담당자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12월 28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답변이 못미덥게 느껴졌다.

 
나는 다시 강원도행정심판위원회에 전화를 걸었다. 그곳 김00간사와 통화를 했다. 행정심판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이러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자 김00간사는 직접 화천군청에 확인한 뒤 답변을 주었는데 2010년 1월 8일까지 공개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조금 전 내가 통화할 때 했던 날짜보다 더 늦어졌다. 그 이유는 관련 자료 영수증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답변하더라는 것이다.


기가 막힌다. 내가 청구한 관련자료 영수증은 2008년도 자료인데, 모든 관련 영수증은 2008년 12월말 경이나 2009년 초에 이미 관리가 완료되었을 터인데, 2010년에 이른 지금 그 영수증을 모으고 있다니, 지금에 와서 영수증을 가짜로 만들고 있다는 말입니까? 김00간사도 할 말이 없다고 한다. 나는 다시 기다려야 했다.

 
현재 이 내용을 작성중에 있는 2010년 1월 17일 오후. 행정심판위원회 김00간사와 약속했던 공개시한을 벌써 10일이상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화천군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나는 이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신고민원으로 접수시켰다.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사항에 대해서까지 화천군청의 이같이 불성실하고 책무를 태만히 하는 관련공직자를 즉시 징계조치해주기 바라며,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사항을 화천군청에서 즉시 이행하도록 조치를 취해주어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를 보장하고 투명한 행정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내용이다. 국가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국민적인 신뢰를 확고히 하는 정부가 되도록 하겠다는 신임 이재오위원장의 결연한 의지와 행보가 연일 메스콤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현정권의 실세 기구인 만큼 그 결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모든 국민은 국가의 주인이며 국가 자치단체는 그 국민의 소명을 받아 일체의 행정업무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보고하는 종복의 위치라고 나는 알고 있다. 국민의 주권을 조롱하는 그 같은 행위는 결코 묵과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곧 그간의 모든 과정의 결과가 곧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그 결과에 따른 변화과정도 이곳 정보공개센터의 지면을 통해 머지않은 시일에 낱낱이 공개하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