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559

[공개사유] 공공서비스, 불필요한 본인인증은 차별이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2021년 6월 23일부터 정보공개 제도에는 주요한 변화가 하나 생겼다. 그동안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마다 제출해야 했던 청구인의 주민번호를 더 이상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는, 주민번호가 아닌 생년월일 정보를 기입하면 된다.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의무적으로 주민번호를 쓰라는 것은 개인들의 민감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일뿐더러,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를 키운다는 점을 지적해왔기에, 이번 개정은 매우 소중하고 반가운 변화다(이미 2015년 개인정보위원회에서 이 같은 주민번호 수집이 불필요한 절차임을 의결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6년 만에 개정이 이뤄진 것은 안타까운 속도긴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기대되는 마음으로 ..

“정보공개 비공개 처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보공개센터의 주요한 업무 중 하나는 상담입니다. 매일 여기저기서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한 문의 연락이 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은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가 비공개 통지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지만, 바로 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모든 정보는 기본적으로 공개 대상이고, 공공기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이렇게 공개가 원칙이지만, 정보공개법 제9조에서 비공개 조항을 마련해 예외적으로 비공개 대상인 경우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허용하되, 일부 규제 대상을 지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법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공개”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법으로..

[공개사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통해 사망사고 기업 정보공개 강화해야

정보공개센터가 매 달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매일 노동자가 죽는다. 6월 1일 오전 8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재 사업장에서 청소 작업하던 노동자가 경사로에서 떨어져 죽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44분, 충청남도 논산시의 개축 공사 현장에서 보강토 붕괴로 1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2일 오전 9시, 경상북도 고령군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경사지에서 후진하던 차량에 깔려 1명이 죽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인 6월 3일 오전 7시 반, 경기도 평택시의 건설현장에서 지게차에 부딪혀 깔린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렇게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의 소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사망사고 속보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에서는 ..

은평주민들이 체크해야 할 정보공개 청구 변화

2020년 12월 22일, 정보공개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링크) 정보공개 담당자의 성실 의무를 규정하고, 정보공개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확대하는 등 많은 내용이 새롭게 바뀌었는데요, 이렇게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추가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의 일입니다. 다양한 변화가 있는 만큼 부칙으로 각 조문들의 시행일을 다르게 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정일인 2020년 12월 22일부터 당장 시행된 내용도 있지만, 개정 후 6개월, 개정 후 1년으로 시행일을 정해놓은 조문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021년 6월 23일 부터 새롭게 시행될 내용들에 주목하여, 정보공개제도의 ‘디테일’이 어떻게 바뀔지, 시민의 입장에서 알아둘 만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관심 쏠리는 '공직자 재산'...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지 어느덧 3개월가량 지났습니다. LH에서 타오른 불꽃은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방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에 이르기까지 공직자 전체의 문제로 번졌습니다. 발본색원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마주한 국회는 공직자들의 투기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8년 만에 이해충돌방지법을 통과시키고, LH법, 공공주택특별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개정했습니다. 매년 3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이 관보에 공개되는데요. LH 사태와 맞물려 이 재산공개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습니다. 특히 여러 언론사들이 재산공개 내역을 바탕으로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공직자 재산 검..

국회의원을 감시하려면 국회의원 기록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문서로 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모든 일을 기록해 근거를 남기고, 그 근거에 따라 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문서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부서와 일을 하거나 다른 기관과 일을 할 때 공무원은 공문을 주고 받습니다. 심지어 민간기관이나 시민들과 일을 할 때에도 공무원은 일단 공문을 보냅니다. 공공기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일단은 공문 목록을 보면 된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국회의원은 어떨까요?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정부를 감시하고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기록으로 알 수 있을까요? 국회도 당연히 기록을 만듭니다. 어떤 문서를 생산하고 접수받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 각종 정보를 공개하..

행정에 참여하고 의견 낼 통로 부족한 은평구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년 봄, 낯선 동네였던 은평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은평구민이 된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된 셈입니다. 은평구에서 보낸 지난 1년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불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예쁜 이름을 가진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립니다. 불광천변에 널린 맛집들을 찾아 저녁을 먹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구산동도서관마을로 향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요새는 혁신파크에 있는 자전거 공방에서 자전거 고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동네 보다 조용하고 부산스럽지 않아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은평부심’을 느끼면서도, 본업인 정보공개 운동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해..

[공개사유] 기업의 ESG 경영, 확인·검증 가능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우선

최근 기업의 ESG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은 기업의 재무제표상 이익뿐 아니라 기업활동이 환경과 사회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며 운영하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경향이다. 단순히 이익 창출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환경을 파괴하거나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시대적 요구이며, 앞으로의 기업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체질 개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 투자자본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서 더욱 가속화 되고있는 실정이고,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ESG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책임투자원칙을 내세우면서 국내 기업도 더이..

시장님, 카메라를 켜 주세요!

우리의 일터는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우리는 작업 현장을 돌듯이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을 돌며 행정기관과 의회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은 서울정보소통광장엘 들어가 본다. 어떤 위원회가 무슨 회의를 했는지 훑어보는데, 익숙지 않은 위원회의 회의자료가 눈에 띈다. '2021년 제1차 시민행복위원회' 2020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곳이길래 개요와 안건을 제외하고는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부 비공개다. 도대체 무슨 위원회인지 궁금해 조례를 찾아본다. 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시민 행복 증진 조례' 어디에도 회의나 위원 명단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보소통광장 홈페..

공직자 재산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보 제공해야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초지자체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재산공개자료 데이터 제공은 필수입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공직자 전체의 투기 스캔들로 번져 나가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국회의원 뿐 아니라 경기 시흥시, 하남시, 인천 계양구, 경북 영천시, 고령군 등에서는 지방의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것이 밝혀져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매년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데이터로 정제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LH 사태를 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