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MB 정부, 건설은 호황, IT는 불황?

opengirok 2009. 6. 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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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_IMG_9756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하승수 교수(제주대 법대)
                                                                                               정보공개센터 소장


얼마 전 건설업을 하는 옛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요즘 사업이 어떠냐고 했더니 건설업은 경기가 좋다고 한다. MB정부가 예산조기집행이니 4대강 정비사업이니 해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바람에 위기에 처할 뻔한 사업이 호황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덧붙이는 말이, ‘그런데 IT는 완전히 죽는 것 같은데, 건설업이 살아나서 나야 좋지만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옛 친구 말대로 건설업은 다른 산업보다 형편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IT산업 전체의 경기는 잘 모르겠으나,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 때 인터넷강국을 자처하던 대한민국에서 요즘 인터넷은 규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웹 2.0시대에 들어섰는데도, 정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웹 2.0시대에 반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유로운 정보의 생산과 소통, 공유와 개방이라는 웹2.0의 정신이 대한민국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인 발전은 불가능해 보인다.

오죽하면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이러다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모양이다. 정권의 서슬에 잔뜩 움츠린 포털사업자들은 정보를 가리기에 여념이 없다. 공무원이든 정치인이든 명예훼손 당했다고 주장하면 보호받고, 반면에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을 길이 없게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네티즌들은 정보를 생산하기도 유통시키기도 조심스럽다. 걸핏하면 명예훼손, 모욕죄 운운하고 수사기관이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누가 마음 놓고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겠는가? 이러다간 대한민국은 웹2.0 시대를 따라가기가 어렵게 될 것 같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작년 촛불 집회 이후에 정부가 보여 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에 있다. 아고라를 운영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세무조사를 받는가 하면,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촛불 관련 카페에 글을 올린 네티즌들도 조사를 받았다. 전기통신기본법이라는 숨겨진 법조문이 튀어나와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글을 올리면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는 판이다. 자신이 쓴 글이 100%진실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리고 수사기관이 생각하는 ‘공익’에 맞지 않으면 인터넷에 글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이런 글을 올려도될 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글쓰기를 회피하게 될 수 있다. 동영상을 올리기도 사진을 올리기도 조심스럽다. 이래서야 인터넷이 소통의 공간이 될 수가 없다. 소통의 공간이 되지 못하는 인터넷은 웹 2.0시대에는 의미가 없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만 하는 인터넷, 정부와 기업이 제공하고 싶은 정보만 제공하는 인터넷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속에서 창의성과 자발성, 참여는 억압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익숙한 세대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결국 젊은 세대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고, 그들에게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닫으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지금 미국의 경우에서는 인터넷이 치열한 정치적 토론과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인터넷과 풀뿌리의 결합어인 ‘Netroots’로 불리는 블로거들은 정치인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가 생산되고 소통되고 의견이 교류되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서비스들, 커뮤니티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정치학자들은 TV나 시청하는 수동적인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런 능동적 문화는 단지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활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기능만 하는 인터넷으로는 웹 산업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불리한 의견, 사회적 논쟁이 필요한 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표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지금 조지오웰이 한국에 살고 있다면 ‘2008년’이라는 책을 쓰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