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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전격분석④] 시장에게만 충성하는 의회... 대전 엄마들 괜찮으세요?

opengirok 2023. 7. 6. 12:23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2023 전국 지방의회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대전시의회 본회의 장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장재완

 

털어봤다! 제9기 광역시의원들의 조례안 전수분석(2)

시장의 공약 이행 위해 존재하는 충성스러운 대전시의회

-최현정

대전광역시의회 의원들은 사립유치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이번 회기에만 3번이나 발의했습니다. 송활섭 의원(초선, 국민의힘)이 지난해 9월 복지환경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서 2번, 이한영 의원(초선, 국민의힘)이 올해 3월 행정자치위원회에서 1번 발의해 총 3번입니다. 

해당 조례안은 교육위원회에서는 부결됐지만, 복지환경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가결되면서 대전시 사립유치원에 대한 시의 지원 예산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해당 조례안은 이장우 대전시장(국민의힘)의 공약과 완전히 맞닿아있습니다. 이 시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이던 지난해 5월 사립유치원 학부모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2023년부터 만 3세~5세 사립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된 법안을 보면 '대전교육감은 대전시장과 협력해 유아교육비 지원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마치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 조례안을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 2022년 9월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발의한 사립유치원 지원에 관한 조례안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된 법안을 보면 ‘대전교육감은 대전시장과 협력해 유아교육비 지원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 ⓒ 정보공개센터

 

 
해당 조례안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유보통합에 대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추진단이 구성되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향후 유보통합 추진이 가시화되고 여건이 성숙된 후에 재논의함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에 따라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송 의원이 같은 시기 비슷한 내용으로 복지환경위원회에 상정한 '대전광역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은 본회의를 통과해 가결됐습니다. '유보통합 추진이 가시화되고, 여건이 성숙된 후에 재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교육위 의견과 완전히 상반된 결정이 나온 것입니다.

조례안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제3조 책무에서 주어와 목적어가 서로 바뀌었을 뿐이고, 시장이 공약을 마음껏 시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 2022년 9월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상정한 '대전광역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 교육위 조례안과 비슷한 내용으로 시장이 공약을 마음껏 시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조항이 추가됨 ⓒ 정보공개센터

 

원래 복지환경위원회는 교육위원회 조례가 가결된 후 조례안을 상정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교육위원회에서의 부결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유아 무상교육을 강조하자, 합의를 깨고 조례안을 기습 상정해 통과시켜 버렸습니다. 대전광역시의회를 두고 '시장에게 충성하는 거수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현재 대전광역시의회 의원은 총 22명으로, 이 가운데 18명이 이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사립유치원 퍼주기 논란... 공교육은요? 

복지환경위원회의 조례안 통과로 올해 3월부터 대전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 만 3~5세 1만 4800명은 매달 13만 원의 유아교육비를 받고 있습니다. 1년간 드는 비용만 약 231억 원으로 시청과 교육청이 반씩 부담합니다. 

문제는 국공립유치원입니다. 대전시가 '국공립유치원은 시교육청의 책임기관'이라는 이유로 사립만 지원하겠다며 발을 뺐기 때문입니다. 형평성 논란이 커지자 결국 대전시교육청이 홀로 예산 지원 계획을 세워 지역 공립유치원의 만 3~5세 원아 3302명에게 월 13만 원씩 총 51억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와 대전 국공립유치원 학부모 단체는 성명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시의회가 '대전시장의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전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민숙 의원도 "대전시가 대전시의회나 대전시교육청을 자신들의 하부 조직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전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9.3%로 광역시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전시와 시의회는 국공립유치원은 나 몰라라 한 채, 오직 이 시장의 공약을 이루는 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 시도별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이은주 의원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전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9.3%로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있음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여기에 더해 대전시의회는 올해 3월 사립유치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또 한 번 발의했습니다. 이전에 발의한 '대전광역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안'은 유아의 무상교육 실현을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의안명도 대놓고 '대전광역시 사립유치원 지원에 관한 조례안'으로 명명해 '사립유치원 퍼주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해당 조례안은 빠르게 상정되어 본회의를 가볍게 통과했습니다. 

조례안의 세부 조항을 보면 제3조 '그 밖에 사립유치원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비'라고 명시된 것처럼 지원 범위가 포괄적이고, 제5조에서는 '지원금 지급요건은 시장이 따로 정함'이라고 명시해 사립유치원 지원에 대해 시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시의회가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 올해 3월 통과된 대전광역시 사립유치원 지원에 관한 조례안 지원 범위가 포괄적이고, 안 제5조에서는 ‘지원금 지급요건은 시장이 따로 정함’이라고 명시해, 사립유치원 지원에 대한 결정을 모두 시장의 권한으로 정함 ⓒ 정보공개센터


시와 시의회는 중앙으로 따지면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입니다. 서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만 지역에 따라선 같은 당 출신의 시장과 시의원들이 협력하고 충성하는 관계가 되곤 합니다.

특히 이장우 시장처럼 지역구의 다선 국회의원이 시장이 된 경우 충성도가 지나친 '정치 카르텔'이 형성되기도 쉽습니다. 실제로 대전시의회 의장인 이상래 의원은 국회사무처 4급 보좌관을 지낸 후 이장우 시장이 의원일 당시 보좌관으로 일한 이력이 있고, 송인석 의원 역시 이장우 국회의원실의 특별보좌역을 지낸 바 있습니다. 

지역에서 정치 세력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지방의원은 중앙에 비해 집중도가 낮고, 인물보다는 정당에 의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부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감시당하지 않는 세력이 고착화 되어 주민들보다는 '라인'에 충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의원에게 제대로 된 역할을 요구하고 감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외유성 논란에도 꼭 세금 지원을 받아야겠다는 의원님들을 꼬집겠습니다.

*이 글은 최현정 2023 전국 지방의원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 참여자가 썼으며 오마이뉴스 <그정보가알고싶다> 시리즈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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