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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전격분석③] 의원님, 위법만 아니면 괜찮은 겁니까?

opengirok 2023. 7. 6. 11:21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2023 전국 지방의회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   지방의회 청사 배지. 자료사진. ⓒ 연합뉴스

 

털어봤다! 9기 광역시의원들의 조례안 전수분석 (1)

위법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최현정 

작년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872명의 광역시의원이 당선됐습니다. 9기 지방의회 개원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과연 일을 잘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입법 실태를 분석해 봤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회기 전국 광역시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전체를 탈탈 털었습니다.


이해충돌 법안부터 시장 공약 밀어주기 법안, 외유성 연수 지원 법안까지 광역시의원들의 수상한 입법 행보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의결은 안 되지만, 발의는 가능하다?

대구광역시의회 김재용 의원(초선, 국민의힘)이 지난해 11월 22일 '대구광역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본회의 통과, 가결).

중소기업제품 구매 권장 대상에 상시 50명 이상 민간 사업장을 추가하고, 예산편성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관내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의 구매율을 높이는 것이 골자입니다.
 

<개정> 제3조(시장의 책무)
시장은 고용 촉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대구광역시(이하 "시"라 한다)가 설립한 공사ㆍ공단과 출자ㆍ출연하여 설립한 기관(이하 "출연기관 등"이라 한다) 및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구시 중소기업제품의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을 권장할 수 있다.

<신설> 제4조의2(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 
① 시장은 중소기업자가 개발한 기술개발제품의 수요창출을 위하여 이들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중소기업물품 구매액의 20퍼센트 이상을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으로 의무구매하여야 한다.
② 시장은 관내 중소기업자가 개발한 기술개발제품의 상용화를 위하여 시가 설립한 출연기관 등, 지역 공공기관,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우선구매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③ 시장은 지역 중소기업자가 개발한 우선구매대상 기술개발제품을 시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여 홍보하여야 한다.

<신설> 제4조의3(업무처리 매뉴얼) 
① 시장은 관내 중소기업제품의 구매촉진을 위하여 공공구매 제품의 예산편성 및 집행에 관한 업무처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업무처리 매뉴얼에 따라 중소기업제품의 구매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② 시장은 제1항에 따라 마련한 업무처리 매뉴얼을 시가 설립한 출연기관 등, 대구시가 지방보조금을 교부하는 기관 또는 단체, 지역 공공기관,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배포하고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해당 조례안은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대구시를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법안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김재용 의원이 현재 대구시 기술개발제품 업체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 의원의 사업장은 영상감시카메라와 차량번호인식용 카메라, 주차관제시스템 등 기술개발 제품을 판매하는 대구시 소재의 중소기업입니다.

즉, 조례안 개정에 따라 김 의원의 업체는 대구시 출연기관뿐 아니라 상시 50명 이상 사업장에 우선구매 권장 협조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시장은 중소기업물품 중 20%를 기술개발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둠으로써 판로지원의 길을 넓히게 됐습니다(기존 15% 목표 > 개정 20% 의무).

이렇듯 이해충돌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걸까요?
 

▲ &nbsp; 행정안전부 법제처 - 법령해석 사례(2017) ⓒ 행정안전부

  
2017년 행정안전부의 법령해석 사례를 살펴보면, '지방의회의원이 본인 등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이라도 발의할 수는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7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이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의안에 대해 회피해야 하는 것은 "심의와 의결"로 한정되는 것이지 "발의"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무소속 김남국 국회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역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발의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법안 발의까지 이해충돌로 폭넓게 규제하면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이 예외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이해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그러나 위법이 아니라고 해서 괜찮다거나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직자나 정치인은 적법한 행위 중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하라고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사회의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단순히 위법성 여부로만 따지는 것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습니다.

2017년 행정안전부 법령해석 사례의 경우, 국가유공자 및 상이군인인 의원 본인이 '국가보훈대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는지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의원 본인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예우를 높임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해당 조례안 발의는 정당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김재용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따져봐야 할 지점들이 존재합니다. 대구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을 위한 법안이라고 하지만, 중소기업 제품 중에서도 기술개발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해당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상시 50명 이상 사업장에 권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이익이라기엔 김 의원의 사업체처럼 기술개발제품을 판매하는 대구시 중소기업에만 한정됩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사업장을 하다 보니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지역 제품에 대한 구매촉진을 위한 것이 주된 취지이지 (본인의) 혜택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발의 이후 개인 사업장이 수의계약 등을 통해 얻은 이익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 의원의 사업장은 조달청에 기술인증등록이 된 기업은 아니라서 조달청을 통해 이뤄지는 정부 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자체 사업에는 지역 중소기업으로서 제한경쟁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입법 이후 대구시와 직접적인 계약 건은 없었지만 대구시 서구, 북구, 중구 등 구 단위에서는 꾸준히 제한경쟁 및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정안 발의 이전과 비교했을 때, 당장 계약 건수가 더 늘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해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충분히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익을 얻은 사례는 없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며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조심히 챙기겠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시의회와 김 의원은 앞으로 경각심을 가지겠고 유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상황은 다른 의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본인이 활동해 온 영역에 대해 의정 활동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현행법상 겸직을 하고 있는 사업체와 연관된 법률안을 아무런 규제나 검토 과정 없이 발의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지방의회 의원들의 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사익 추구에 동원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 지역의 시민들이 보다 가지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글은 최현정 2023 전국 지방의원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 참여자가 썼으며 오마이뉴스 <그정보가알고싶다> 시리즈에도 게시됩니다.

제9기 광역시의원 입법 데이터 확인하기https://han.gl/zjkqZ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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