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뽑아놓고 후회 말고, 미리부터 살펴보자

opengirok 2022. 5. 11. 13:51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매달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하고 있는 정보공개 칼럼(링크) 입니다.

 


 

 

지난 주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오는 일이 많지는 않은터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호기심 반 긴장 반(?)의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부 인사를 주고 받자마자, 아버지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뉴스를 봤는데, 아니, 지방선거 후보자들 중에 왜 이렇게 전과자가 많아? 음주운전부터 해서 아주 심각하던데, 이래서 되겠어? 시민단체에서 이런 사람들은 선거 못나오게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니?”

예상 밖의 주제가 튀어나와 잠깐 당황했지만, 곧바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11일, 선관위에 등록한 2470명의 예비후보자들을 분석해보니,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자가 2470명 중 1054명, 무려 42.6%에 달한다는 세계일보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는 전과 기록이 14건, 12건에 달하는 자치단체장 예비후보도 있었구요.

가장 많은 범죄행위는 음주운전이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예비후보가 378명. 심지어 4차례 이상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상습범도 있었습니다.


더 답답한 것은 이 보도의 분석 대상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예비후보자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초의원 후보자들까지 조사 대상에 넣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아 어려웠겠죠. 보통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후보자 자질에 대한 검증이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기초의원 예비후보자들까지 분석해본다면 더욱 험악한 전과 기록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뭐 시민단체가 어쩌겠어요? 낙선운동도 불법인데.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출마해야지. 근데 예비후보자들보다도, 나중에 본 후보 등록할 때 정당들이 후보자들을 제대로 공천하는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아무튼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이런 사람들은 선거에 못나오게 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에 한 편으로 공감하면서도, 항변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전과 기록이 있다고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선거권은 헌법 상의 기본권이고, 따라서 이를 제약하는 요건은  아주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합니다. 현재 공직선거법에서는 일단 범죄를 저질러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있는 수형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형을 집행한 후에도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재임 중 뇌물이나 알선수재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 한합니다.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격을 의심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면, 전과자라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전과 기록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출마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다만, 각 정당이 후보자를 공천하여, 공당의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선거에서 어떤 후보자를 공천하는가는 정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윤창호법’을 통과시킨지 몇년 지나지 않아 상습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후보자를 공천한다면 해당 정당이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 얼마나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게 될 수 밖에 없겠죠.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직선거 후보자추천 심사기준 및 방법

 


따라서 각 정당들은 나름의 도덕성 기준을 두어 공천에 나설 것을 천명했습니다. 국민의힘의 경우, 살인·강도·방화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사면 복권 되었더라도 원천 배제하고, 성범죄에 대해서도 형사 전력이 있는 경우 배제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많은 후보자들이 해당 될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15년 이내 3번 이상 위반한 경우, 그리고 윤창호법 시행 뒤에 단 한차례라도 적발 된 사례가 있다면 공천 심사에서 제외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유사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음주운전이 15년 이내 3회, 10년 이내 2회 이상 적발 되었을 경우 배제하며, 역시 윤창호법 시행 이후 한 번이라도 적발된 경우 부적격 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에 대해 엄격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아빠는 그럼 동네에 어떤 후보자들이 나왔는지는 알고 있어요? 지난번에 선거할 때 전과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뽑았어요?”

“그러지는 않았지… 후보가 너무 많이 나와서 누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는데.”



이렇게 각 정당이 공천 과정에서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직접 후보자들의 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통 선거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자를 뽑기 마련이지만, 후보자가 워낙 여러 명인 지방선거의 특징 상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뽑았다가 뒤통수(?) 맞는 일도 생깁니다. 물론 선거일 전에 공보물을 받아볼 수 있지만, 수많은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하나하나 챙겨보는 것도 일입니다.

은평구청장 예비후보자 명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예비후보자 단계에서부터 후보자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링크) 아쉽게도 개별 후보자의 공약까지 살펴보긴 어렵지만, 생년월일, 주소, 직업, 학력, 경력, 전과 이력 등의 기초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은평구만 살펴봐도, 구청장부터 구의원까지 수십 명의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물론 전과 이력이 있는 후보도 있구요. 우리 동네엔 어떤 후보자들이 나섰는지, 정당의 공천 과정만 믿고 있기 보다는 유권자로서 미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아무리 살펴봐도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구요? 그런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신문이 바로 은평시민신문 아닐까요? 구청장 후보자들부터 하나 하나 만나고, 어떤 공약을 내놓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은평시민신문의 선거 특집 기사를 읽는다면, 누굴 뽑아야 할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