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대법관의 이메일 업무지시가 왜 위험한가!

opengirok 2009. 3. 6. 14:42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신영철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촛불재판의 진행과 관련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해당 판사들에게 수차례 보낸 것이 드러났다.


또한 지난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하는 이메일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것이 밝혀져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만약 이메일을 통해 업무지시를 한 사실이 어느 누군가를 통해서 밝혀지지 않았다면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모른 채 묻혀버리는 일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이 두 사건은 모두 공식적인 업무의 절차가 아닌 사적인 이메일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린 사례라 할 수 있다. 공식적인 업무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기록화 되지 않는 개인적 수단인 이메일을 통해서 공무를 수행한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본격적인 전자정부가 추진되면서 모든 업무는 서면보고나 구두보고가 아닌 생산과 동시에 기록으로 등록되는 전자보고를 하게 되었다. 그 덕에 이전시기에 비해 많은 양의 업무과정과 결과가 기록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그 결과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일정부분 담보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이메일파문과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사회의 행정에는 아직도 정확하게 남겨 알려지게 하는 것 보다는 은밀하게 처리해 은폐시키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여전히 비밀스러운 업무일수록 구두보고나 이메일과 같이 기록화되지 않는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미국에서도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은폐시키려 했던 문제로 논쟁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이란에 잡힌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니카라과 반군인 콘트라에게 지원한 사건이었던 “이란-콘트라”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이 사건의 조사와 폭로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자메일의 삭제와 증거인멸을 기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 결과 이전까지는 기록이 아닌 단순한 정보적 자료로만 간주되고 있던 이메일이 그 자체가 하나의 기록으로 간주되어 기록성, 획득과 편철, 보안 등의 관리적 측면을 고려하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1993년 미국 공공기관에서는 이메일이 기록관리의 대상으로 포함되게 되었다.

신뢰받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업무수행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철저한 기록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산은 하되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는 관행은 여전하다. 위의 두 예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사용하는 이메일마저 기관의 시스템에서 통제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이메일을 이용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제도 안에서 철저해야 할 공직자들이 제도의 테두리 밖에서 은밀한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업무처리가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이메일파문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공직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개인의 이메일을 적극적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반드시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의 이메일을 통해 기록이 새어나가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