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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 ‘후진’… 알권리도 '후퇴'

opengirok 2009. 2. 6. 10:43


전문가 75% “현정부 들어 더 후퇴”
부처, 무관심·무대응… ‘껍데기’만 제공

정보공개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 시민들은 많은 정보가 비밀 또는 비공개 딱지가 붙어 가려지고 있고, 일부 공개되더라도 알맹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기자 및 시민단체 등과 합의한 ‘정보공개 개정안’마저 사실상 폐기했다. 국민들의 알권리가 침해당하고, 국정운영 투명성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본지는 현 정부 들어 정보공개가 후퇴하는 실태와 원인·문제점, 대안 등을 3회에 걸쳐 심층진단한다.


지난달 말 취재팀은 이명박 대통령이 설과 추석 등에 보낸 선물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시스템(open.go.kr)을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통령 선물을 받는 명단을 확인하고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취재팀이 요구한 정보공개 내역은 ▲대상자 명단 ▲선물 품목별 단가 ▲물품 납품업체 ▲납품 계약 내역 ▲발송 업체와 비용 등이었다.

10여일 후 취재팀에 쥐어진 건 말그대로 ‘쭉정이’ 정보뿐이었다. 대통령실은 대상자가 5500여명이고 전문 택배업체를 통해 보내며, 택배발송 비용이 건당 3000원 정도라는 것만 ‘부분공개’했다. 선물 대상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품목별 단가와 공급업체, 계약내용 등은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비공개’가 아닌 ‘부분공개’인 탓에 이의신청도 할 수 없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 주고 행정 투명성을 높여주기 위한 정보공개 청구제도가 이명박정부 들어 크게 후퇴하고 있다.


5일 본지와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 청구 경험이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원생, 언론인 등 응답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75%가 현 정부의 정보공개가 이전 정부에 비해 후퇴했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응답자들은 또 정보공개 개선 의지를 묻는 질문에 역시 75%가 후퇴했다고 답했고, 법률과 인력, 예산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69%가 후퇴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정보공개 인식 부족과 이에 편승한 현장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정보공개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50회 이상 청구했다는 시민 활동가 A씨는 설문에서 “청와대가 정보공개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며 “다른 기관으로 전파될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일선 부처와 기관의 정보공개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응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대다수 부처가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중 아직까지 비공개된 것을 공개하라는 취재팀의 청구에 대해 ‘검토 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더구나 한 부처는 공개비율을 높이기 위해 나중에 보고서를 보내줄 테니 청구를 취하해 달라고 했고, 나중엔 아예 대신 취하해 주겠다며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현 정부의 국정지표가 선진화라면 정보공개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며 “정보공개법 개정 등 제도적 처방 없이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공개 공공보도팀=김용출·나기천·장원주 기자 kimgija@segye.com, 유선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