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외부위원 비중 늘어나는 정보공개심의회

opengirok 2022. 1. 3. 17:33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연재 중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어느새 정보공개법이 개정된지도 1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개정된 주요 내용은 이 글을 참고!) 법 개정을 통해 변화한 내용들은 대부분 이미 시행되었지만, 1년의 유예 기간을 두었다가 2021년 12월 23일 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부분도 있는데요, 바로 정보공개심의회 구성에 대한 것입니다.

 

정보공개심의회는 각 공공기관에 설치되는 정보공개심의회는 공개 청구된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하거나 이의신청이 접수된 경우 해당 사안의 공개 여부에 대해 심의하고, 그 밖에도 해당 기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관한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일반적인 정보공개 절차는 공공기관의 담당자가 처리하지만, 공공기관의 자율성만 믿고 내버려둔다면 내부자들의 일방적인 입장에 따라 독선적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높겠죠? 따라서 정보공개법은 전문성을 지닌 외부 위원을 포함하여 심의회를 구성하고 이의신청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권리 구제를 위한 기구인 것이죠.



비공개 통지를 받더라도, 이의신청으로 정보공개심의회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

 

본래 정보공개심의회는 해당 공공기관의 공무원, 임직원을 포함하여 5~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그 중 위원장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의 ½ 이상을 해당 기관의 업무나 정보공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외부 전문가를 위촉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풀어보자면, 전체 위원이 7명인 경우 위원장 1명, 기관 내부 인사 3명, 외부 전문가 3명으로 심의회를 구성하던 셈입니다. 전체 위원의 절반 정도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이 되어야 기관의 이해관계와 독립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약 해당 기관 소속인  내부 위원이 위원장이 된다면 심의회의 절반 이상을 내부 위원이 차지하는 셈이라 과연 공정한 심의가 이뤄지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개정된 정보공개법에서는 아예 외부전문가 위원의 비중을 확 높였습니다. 심의회 구성 인원은 그대로 5~7명으로 두되, 위원장 제외에 대한 조항을 없애고 그냥 전체 위원의 ⅔ 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외부위원 비중이 늘어난다면 일방적으로 기관 내부위원들의 목소리만 심의 과정에 반영되는 일은 적어지겠죠. (다만 외교・국방・사법 등과 관련한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기관에서는 외부위원 비율을 그대로 ⅓ 이상으로 두도록 하였습니다.)

 

은평구 정보공개심의회 구성 현황(은평구 홈페이지)

 

 

2021년 12월 23일부터 새롭게 적용된 정보공개법 조항이 바로 이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구성 변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정보공개심의회를 새롭게 구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평구의 경우, 2021년 12월 20일 현재 은평구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공개심의회 현황에 따르면 구청 공무원 3명과 외부 위원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부위원 비율이 ⅔가 되려면, 은평구 정보공개심의회에서 공무원 위원의 수가 한 명 줄어들어야 하겠죠?



다만, 외부위원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서 공공기관 쪽으로 쏠려있던 저울추가 바로 균형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한다고 하면 공공기관 측이 아닌, 민간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게 됩니다. 실제로도 많은 공공기관에서 정보공개 분야를 잘 아는 민간 전문가를 열심히 찾아 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민간 위원이 늘어나면 기관이 귀찮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꼼수 위촉’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 조문에서 ‘외부 전문가’라는 표현을 썼으니, 굳이 ‘민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외부’이기만 하면 괜찮은 것 아니냐는 거죠. 실제로 여러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구성할 때 다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외부 위원으로 위촉하여 외부 위원 비율을 맞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정보공개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보공개제도는 시민의 입장에서 공공기관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정보공개심의회 역시 그러한 목적이 제대로 달성 될 수 있도록 시민의 편에서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기구이구요. 그러나 다른 공공기관의 직원이 ‘무늬만 외부 위원’으로 정보공개심의회에 들어온다면, 과연 공공기관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까요?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시민의 입장보다, 정보공개를 처리해야 하는 기관의 관점에 더욱 가깝게 움직이지  않을까요?

 

정보공개심의회 외부 전문가 위촉 취지 (행정안전부 2021 정보공개 운영안내서)

 

 

정보공개심의회에 외부 위원 비중이 늘어나게 된 것은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러한 ‘꼼수 위촉’으로 제도의 취지가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은 기본적으로 공개 대상 정보인 만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심의회가 과연 그 취지에 걸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아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