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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빠짐없이 참여한 축제? 난 간 적 없는데

opengirok 2021. 10. 15. 11:03

▲ 서울장미축제가 열린 13일 오후 서울 중랑구 장미공원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2021.5.13 ⓒ 연합뉴스

 

지자체 재정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방재정365>는 지자체의 축제 및 행사 회계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 기준 5억 원 이상, 기초자치단체 기준 3억 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된 축제에 한해 축제 개요 및 수탁기관, 축제 예산액 및 집행액, 원가, 방문객과 고용유발효과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결산공시 주기에 따라 2019년 자료 공개) 

공개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의 대규모 축제(광역 5억 이상/기초 3억 이상)는 총 523개이고 예산은 무려 4990억여 원이다. 

 

▲  2019년 전국 행사 및 축제 개최 현황  지방재정365 공시자료. 결산기준, 광역 5억/기초 3억 원 이상의 행사·축제 ⓒ 지방재정365

 

이 중 서울시 및 25개 자치구의 축제현황을 보면 서울시 본청 주최 축제 18개, 자치구 주최 축제 19개로 총 37개다. 집행된 예산은 312억여 원(수익 제외 집행 예산 296억여 원)이다. (- 지자체별 축제 현황 살펴보기)

이들 중 방문객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공개한 내용을 포함하면 아래 표와 같다. 

 

▲ 2019 서울시 및 자치구 축제 현황(일부) 지방재정365 공개정보. 이미지를 누르면 전체 자료 확인 가능합니다.

 

방문객 현황을 공개한 축제는 25개이며 각 지자체가 공개한 방문객 총 수는 2500만여 명이다. 이는 서울시 인구를 2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청계천 등의 축제와 여의도 벚꽃 축제와 같이 서울 이외 지역 시민이나 외국인의 방문이 많은 축제를 제외하더라도 1667만여 명으로 역시 서울시 전체 인구수를 넘는 수치다. 

수치만 놓고 보면 방문객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12개의 축제를 빼고 계산하더라도 모든 서울시민이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축제에 참여해야 가능한 결과다.

몇 가지 구체적 사례로 살펴보면 용산구에서 주최하는 이태원지구촌축제의 경우 이틀의 축제기간 동안 무려 110만 명의 시민이 축제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된다. 게다가 해당 축제로 인한 고용유발효과 또한 100만 명으로 보고하고 있다. 당시 기준 용산구민 22만 명 대비 5배나 많은 수치다. 

 

▲ 이태원지구촌축제 원가 공시 중 효과결과. (관람객 110만 명, 고용유발효과 100만 명) ⓒ 지방재정365

 

이런 축제 현황 통계에 대해 용산구청 담당자는 "평가사업을 수탁한 곳에서 고용유발효과 및 방문객을 집계한 결과를 공개한 것"이라며 "이틀 동안의 축제기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이 오기는 하지만 고용유발효과 100만명은 본인도 와닿지 않는 수치이기는 하다"고 다소 솔직하고 황당한 입장을 밝혔다.

참여자 수와 고용 유발 효과뿐만 아니라 금액으로 측정되는 지역경제유발효과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중랑구의 서울장미축제의 경우 총 17일의 축제기간 동안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104억 원이며, 강남구의 강남페스티벌은 10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무려 322억 원에 달한다. 산출 근거는 각 지자체가 축제평가를 위해 발주한 용역이나 자체 분석한 결과다. 

서울장미축제는 한국축제콘텐츠연구소라는 외부기관 용역을 통해, 강남페스티벌은 빅데이터분석 결과를 통해 경제 파급 효과를 확인했다고 공개하고 있다. 

▲ 지방재정365 서울장미축제 원가 공시 중 효과결과. ⓒ 지방재정365

 

▲ 지방재정365. 강남페스티벌 원가 공시 중 효과결과. ⓒ 지방재정365

 

중랑구청 관계자에게 서울장미축제의 관람객과 지역경제 파급효과의 산출 방법에 대해 물었는데 역시 다소 황당한 집계 방식이 드러났다. 그는 "2018년까지는 사람이 직접 관람객을 집계하다가 허수가 많다고 평가되어 2019년에는 적외선 계수기로 집계했다"고 집계 방식을 밝혔다. 이 경우 그저 이동하는 지역주민, 축제관계자, 유동인구까지 관람객으로 집계에 포함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 역시 신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104억원으로 집계된 서울장미축제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방문객 중 320명을 임의로 표본 설정하고 이들 표본 방문객 1인당 평균 지출 금액을 조사해 집계된 방문자 수인 200만명을 그대로 곱해 산출한 금액이라고 한다. 이 경우 부풀려진 관람객 수에 임의로 설정된 표본의 평균지출금액을 있는 그대로 곱하기 때문에 관람객의 부풀림이 클수록 지역경제 파급효과 금액 역시 허무맹랑하게 거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틀짜리 지자체 축제(용산구 이태원지구촌축제)로 무려 100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했다. 5억 8200만 원을 들인 지자체 축제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04억 원에 달한다(중랑구 서울장미축제). 이들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모범 사례로 벤치마킹해도 모자랄 성과다. 결과를 보면 축제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고용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들의 체감은 미지수다. 1천만 서울시민이 한 명도 빠짐없이 두 곳 이상의 축제에 참여했다는 결과가 있지만, 정작 내가  갔던 축제는 없다. 축제 성과가 부풀려져 있고, 기관장의 치적용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콘텐츠화하고, 당대의 문화자산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축제가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 전시성 예산집행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축제 기획과 평가,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축제에 대한 비판을 줄이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축제 평가와 공개가 필요하다. 축제 평가를 지자체 재량에만 맡길 게 아니라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지자체의 축제 평가 및 결과 역시 공개해야 한다. 현행 방식으로는 기관의 재량적 판단에 따른 선별적 공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공개센터는 위에 언급한 축제들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둔 상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시리즈 연재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