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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허술한 법제도, 있는 법도 무시하는 서울시

opengirok 2008. 12. 16. 15:49

[21C시민주권찾기]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정보공개센터 소장) 
 
 2008년 12월 16일 (화) 14:08:12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
haha9601@naver.com 
 
- 원산지 허위표시 명단은 즉시 공개되어야 한다 -

▲ 하승수 교수

▲ 하승수 교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면서 원산지 표시 단속을 강화했다지만, 법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가 식품의약품안전청, 각 시ㆍ도,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원산지 허위표시나 미표시 사례가 꽤 많이 적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정보를 알아야 할 소비자에게는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이다.

원산지표시 제도를 위반한 식당(음식점)을 단속하는 목적이 단지 위반자를 처벌하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도 그런 정보는 당연히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그 업체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고, 그 업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국민일보 12월12일자 2면

▲ 국민일보 12월12일자 2면

그런데 지금의 실태를 보면, 원산지 표시 제도를 위반한 식당 명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도 입장의 차이가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단속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반한 업소 명칭을 공개하고 있는 반면,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단속하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은 근거 법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업소 명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같은 원산지 표시 위반인데 담당 관청에 따라서, 어떤 관청은 공개하고 어떤 관청은 공개하지 않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법제도가 허술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차이가 있다. 식당명칭까지 공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원산지표시 제도를 위반한 식당 명칭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서울시의 행태는 현행 식품위생법 조항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65조의2를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시ㆍ도지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원산지표시 제도를 위반한 영업자에게 행정처분을 하기로 확정하면 위반내용, 위반한 영업소ㆍ식품의 명칭 등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표하게 되어 있다. ‘공표’라는 것은 시민이 청구하지 않아도 먼저 공개하라는 취지이다. 즉 원산지표시 제도를 위반한 식당(음식점)의 명칭은 본래부터 당연히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사항인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식당명칭 공개에 소극적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시민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중앙기관이든 지방자치단체든 간에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소를 단속할 경우에 그 명칭을 홈페이지를 통해 즉각 자진공개해야 한다. 시민들이 정보공개청구하기를 기다려서 공개하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청구가 있든 없든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소를 적발하면 즉각 정보를 공표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공개하는 방법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홈페이지 구석에 찾기도 어렵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잘 띄는 곳에 공개하고 업데이트를 계속 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든지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어느 업소가 원산지 표시를 위반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농산물품질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근거 법조항이 없어서 위반업소 명칭을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개정을 통해서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적발한 원산지 표시 위반 업소 명칭도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치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총체적인 불신에 빠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5개월 동안 적발한 원산지 허위표시 건수만 해도 369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적발된 것만 해도 이런데, 적발되지 않는 경우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하승수 / 제주대 법학부 교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