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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 7억 국고 투입, 이용자 배려 없는 전시행정?

opengirok 2014. 7. 9. 13:44

얼마 전 파주출판도시에 ‘지혜의 숲’이 개관했습니다. 각종 언론에 따르면, 8미터 높이의 서가에 기증받은 책 20만권이 자리를 잡아 사람들에게 365일 24시간 개방하는 열린 도서관이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서가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마치 해외의 유명 도서관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한국일보(관련기사 클릭)


이러한 ‘지혜의 숲’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아래와 같이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았습니다.   


<청구내용>

파주 [지혜의 숲]도서관과 관련하여 정보공개청구하오니 협조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혜의 숲]과 관련된 계획서 일체(귀 기관이 작성 및 보고받은 계획서 전부를 말합니다) 

2. 귀 기관에서 지원한 [지혜의 숲]과 관련된 예산집행내역(일자 및 세부항목별로 주시기 바랍니다) 

3. 귀 기관에서 지원계획중인 [지혜의 숲]과 관련된 예산(일자 및 세부항목별로 주시기 바랍니다) 


<공개내용>

1. 지혜의 숲 관련 계획서 : 자료 첨부 

2. 지혜의 숲 예산 집행내역 

- '14년 국고 예산 : 7억원 

- 사업추진기관 : (재)출판도시문화재단 

- 예산 세부 집행내역 : 사업추진 중으로 사업완료('14.12.31) 후 추진기관이 정산 제출 

3. 지원계획 중인 '지혜의 숲' 관련 예산 : '15년 예산 계획 없음 


문체부의 답변을 보면 ‘지혜의 숲’을 조성하는데 국고 7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국고가 투입되는 사업에 관련된 계획서 일체는 [열린도서관 조성 계획]이라는 계획서 1부 뿐이었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지는 공간이 달랑 5쪽짜리 계획서 1부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말입니다. 





▲문체부에서 공개한 [열린도서관 조성 계획]캡쳐입니다. 원본은 아래 첨부파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체부에서 제공한 [열린도서관 조성 계획]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혜의 숲’은 학자, 출판사, 단체로부터 기증 받은 책을 보호·보존하고 독서하도록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여 도서의 활용도를 높이고 파주출판도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국고 7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1000평이 넘는 공간에 장서가 30만권(중장기적으로 100만권 소장 목표)으로 연구자·학자·저술가들의 소장도서와 출판사 도서로 서고를 채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계획서에 있는 예산내역을 보겠습니다. 


단연 서가 제작 및 설치에 가장 많은 국고 5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그 밖에 도서 입력 및 전산화 9천만 원, 홍보 및 관리비 1억 1천만 원의 예산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문체부에서 7억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달랑 1부짜리 계획서만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계획서에는 부족한 점 또한 있습니다. 바로 추후에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혜의 숲을 조성할 때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다면, 추후 운영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우려가 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북카페나 작은도서관에 대해 건립에만 예산을 투입하고, 추후에 관리가 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위 계획서만 보더라도 문체부에서 예산을 집행할 때 지혜의 숲 조성 이후에 어떠한 운영계획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과정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지혜의 숲’은 과연 시민들이 이용하기 적합한 형태일까요? 실제 문체부에서 제공한 열린도서관 조성 계획 사업 목적을 보면 “종이책 보호·보존·활용 등 지식 리사이클링 운동을 통해 도서 재활용”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증 받은 책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과 동시에 시민들이 책을 활용하도록 한다는 목적입니다. 그러나 예산 내역 중 책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항온·항습시설에 관한 내역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지혜의 숲에서 시민들이 책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로 도서의 데이터베이스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책을 검색할 수 있는 검색대 또한 찾을 수 없습니다. 분명 위의 예산내역에서는 하드웨어 구축으로 3,500만원의 예산이 측정되어 있습니다. 담당자와 통화해본 결과 현재 데이터 전산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수십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지혜의 숲에서 도서 검색의 기본이 되는 DB작업 없이 개관했다는 점에서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전시행정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이 한 푼이라도 들어간 이상 ‘지혜의 숲’은 모든 국민이 이용하기 편리한 요소와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지혜의 숲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이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설명해야 겉모습만 화려해 보이는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열린도서관 조성 계획.hwp


지혜의 숲_정보공개결정통지서.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