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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MB는 대면보고 즐긴다는데 왜 종이문서가 없지?

opengirok 2010. 6. 29. 13:53


2009년 청와대 종이기록물 100건 못 미쳐...

기록관리 허술 청와대가 국가기록원에 통보한 '대통령기록생산현황' 통보 내용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에도 동일하게 지적 받았던 내용으로 청와대가 신뢰성과 투명성에 바탕한 체계적 기록관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는 지난해(2009년) 생산된 대통령기록 현황에 대해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은 매년 전년도의 기록물 생산현황을 국가기록원으로 통보하도록 돼 있고, 국가기록원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대통령실과 경호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통보 내용을 공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필자의 정보공개청구와 별도로 대통령실의 생산현황 통보 내용을 공표하고 있었다.  

실국 단위로 기록물 생산부서 정리...수량 파악 어려워

그런데 생산현황통보 내용 중 몇 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지침에 맞지 않게 보고한 부분도 눈에 띈다. 얼핏 보면 청와대의 생산현황보고 내용은 매우 자세한 듯 보인다. 그 많은 기록물을 종류별·유형별로 다 나누어 놓았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보인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해석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먼저 대통령실 기록물생산현황 '생산부서'부터 살펴보면, 공개하고 있는 생산부서 단위가 민정수석실(대통령실), 경호본부(경호처) 등으로 돼 있다.

그런데 매뉴얼상 생산현황에서 이들은 부서의 단위가 될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 업무매뉴얼'에 의하면 생산현황통보 항목의 '생산 및 관리부서'는 처리부서를 가리킨다. 그렇게 보면 민정수석실 같은 실국단위가 아닌, 문서의 수발 및 사무처리를 주관하는 과 단위가 생산기관으로 돼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부서를 처리과가 아닌 실국단위로 할 경우, 어느 부서에서 기록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그 수량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기록을 제대로 생산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부서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두 번째, '기능명' 문제다. 여기서 '기능'이란 정부가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기능수준에 따라 '정책분야-정책영역-대기능-중기능-소기능-단위과제' 각 기능별로 구분하여 분류하는 것이다.

이때, 생산현황통보에서의 '기능'은 각 부서에 해당하는 소기능을 말하는 것으로 대통령 보좌기관인 대통령실에서 업무의 기능이 아니라 기관의 성격 자체인 '보좌'를 기능명으로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종이기록물 96건에 불과... 경호처 기록은 어디로?


세 번째,  비전자기록물 생산보고 내용을 보면 대통령실의 경우, 지난해 총무기획관실에서는 문서 93권, 메시지 기획관실은 문서 3권, 민정수석실은 기타종이기록물 1427건을 생산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기타종이기록물은 종이로 들어온 보고서 종류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많다. 만약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이들 외의 모든 부서에서는 전자문서로만 업무처리를 했다는 것인데, 업무의 특성상 대면보고가 불가피한 청와대에서 이러한 통계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미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즐긴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졌다. 그런데도 종이기록은 몇 개 부서에서만 생산됐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전직 대통령실 기록연구사를 지낸 조영삼 교수(한신대 국사학)는 "대통령실의 경우, 대통령 또는 수석에게 불가피하게 대면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함에도 이렇게 종이기록물의 양이 적은 것은 종이기록물로 생산된 중요 기록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멸실되었거나, 생산현황 통보가 부실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통계수치가 이상한 것은 대통령실뿐이 아니다. 경호처 역시 허점이 보인다. 경호처의 경우에는 종이문서가 158권에 불과하다. 또한 전자기록물 중 개별업무시스템에서 생산된 기록은 단 한 '종'도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개별업무시스템에 단 한종의 기록이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청와대출입관리기록은 이에 해당하는 시스템으로 기록을 생산하고 있을 텐데, 이 자료조차 빠져 있는 것이다. 경호처 역시 기록을 누락하거나 멸실하고 있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외에도 2008년에는 홍보기획관실에서 한 선물관리는 왜 지난해부터는메시지기획관실에서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의 부실한 기록관리, 책임은 누구에게?


우리는 매일매일 기록을 한다. 내가 일부러 기록을 하려 하지 않아도 나의 모든 행위는 기록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내민 신용카드 지출내역도, 친구와 주고받은 핸드폰 문자도,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모두 기록인 것이다. 이 기록을 통해 나는 나의 행위를 증명하고, 생각을 전달하고, 기억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번에 지난해 기록을 생산한 내용에 대해 그 정보를 공개하고,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청와대가 기록을 생산한 내용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몇 개의 숫자로만 이루어진 보고만으로도 이렇게 허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데, 이렇게 부실한 기록관리로 국민들과 이후 세대에 어떻게 자신들의 행위를 보여주고,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청와대가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책임 있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그러한 업무의 근간인 기록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번 보고 내용 또한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