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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경향]경찰 용산사건 정보 “꼭꼭 숨겨라”

opengirok 2009. 11. 12. 15:20


12건 공개신청에 11건 기각… ‘폐기문서’ 절차상 하자도 논란

 

정보공개센터가 낸 12건의 용산 관련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해 11건을 비공개 조치한 서울경찰청의 회신.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이 있어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제9조1항 4호에 의거 비공개대상정보임을 알려드리오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10월 26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회신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총 12건의 용산참사 사건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냈다. 이 가운데 공개된 사안은 딱 한 건. 나머지 대부분의 경찰청 자료는 재판 진행을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다.

“대부분 기안 단계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합니다. 특별한 자료가 아니라 이미 기안 단계에서 공개로 결정해 올린 자료들인데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의 말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로 명시한 정보목록에 올라 있는 자료의 공개를 청구했는데 거의 모든 자료를 비공개 조치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찰 측 논리는 처음에 ‘공개’로 설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라면 비공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재판 진행 중이어서 비공개”

그런데 경찰의 ‘비공개’ 답변 가운데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용산, 전철연 화재사망사건 수사본부설치 보고·통보·하달’(형사과 1334호) 문서를 비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경찰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대상 문서는 사건 발생 당일 기안된 후 시행 이전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본부를 설치 직장 수사키로 결정함에 따라 폐기한 문서임.” 이 문서가 자의적으로 폐기됐다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이 법 27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폐기할 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소관 기록물관리기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같은 법 50조는 무단파기를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Weekly 경향>은 서울경찰청에 공문을 통해 ‘폐기 경위’에 대한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과 이종서 경감은 “정확하지 않은 표현 때문에 오해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문서폐기’라고 표기했지만 실제로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서는 용산참사가 나던 당일 오전에 기안 돼 김석기 당시 청장의 결재까지 맡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검찰이 “직접 수사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혀옴에 따라 기안자는 전자결재시스템 상에서 문서를 ‘발송’하지 않고 ‘문서폐기’ 버튼을 눌러 시행되지 않은 문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3년’이라는 보존기한이 명시되고 1334호로 ‘편철’된 문서번호는 어떻게 남은 것일까. 이 경감에 따르면 전자결재 시스템상 문서가 퇴철되면 자동적으로 문서번호가 따져서 문서는 성립해 목록에도 자동적으로 올라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조영삼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전 청와대 기록연구사)는 “이미 결재권자에 의해 결재됐다면 기안자가 자의적으로 삭제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문서폐기’ 버튼이 있다면 시스템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존기한의 자의적 설정도 문제다. 조교수에 따르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장·차관, 자치단체장이나 고위직의 결정사항과 관련한 기록물은 최소 30년으로 보관하게 되어 있는데 3년으로 기한을 설정한 것 역시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정보공개청구 신청을 했던 이 단체의 정진임 간사는 “폐기논란 문서의 미공개도 그렇지만 나머지 문서도 과연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문서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진한 국장은 “최근 경기지방경찰청이 자료가 없어 최루액 사용 현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한 것이나 관련 최루액 제조회사를 밝히지 않은 사례에서도 보듯이 마땅히 공개해야 하는 데도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번 비공개 조치에 대해 이의신청을 낼 계획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