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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공기관정보 알권리는 시민의 권리

opengirok 2009. 11. 4. 10:24
 

지난해 7월, 대학원에서 기록관리학을 전공하는 이영은(25)씨는 서울 광화문 부근의 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골목 구석의 찻집이었는데도 그 앞에는 경찰 20여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경찰들은 새것으로 보이는 진압복에 헬멧을 쓰고, 허리에는 곤봉을 찾다. 왠지 모를 위압감이 들었다. ‘촛불집회’가 잦아들 무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경찰은 시민을 진압하는 장비를 사는 데 돈을 얼마나 쓰고 있을까. 다 시민들이 낸 세금인데….’ 얼핏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7월 하순, 이씨는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노동자가 농성중에 경찰이 쏜 전자충격기(테이저건)의 전기침을 뺨에 맞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끔찍했다. 이씨는 1998년 도입된 정보공개 청구제도를 통해 직접 궁금증을 풀기로 했다. 마침, 1년 전 처음 경찰 진압복에 세금이 얼마나 쓰일까 궁금해했던 일도 생각났다.

7월28일 그는 경찰청에 2005년 1월1일부터 2009년 7월28일까지의 ‘경찰 호신 및 제압무기와 보호장비 구입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2주 뒤 경찰은 자료를 보내왔다. 결과는 놀라웠다. 경찰은 5년간 전자충격기를 사는 데만 60억여원을 썼다. 진압복에는 31억여원이 들어갔다. 이씨는 이 내용을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에 전했다. 이 자료는 지난 9월16일치 <한겨레> 1면에 기사화됐다.

“처음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 때 담당 경찰관이 전화를 걸어와 ‘이 자료가 왜 필요하냐’, ‘줄 수는 있지만 정말 꼭 필요한 거냐’고 캐물었어요. 국가기관의 정보는 국민의 것인데, 그걸 자기 것처럼 생각하고, 알려줄 때는 생색을 내거나 감추려 하니 화가 나요. 청구한 정보를 받아 들었을 때 내 권리를 되찾은 것 같아 뿌듯했죠.”

중소기업 사장인 김대현(53)씨는 지난해 9월 출근길에 서울 중구 퇴계로에서 은행나무를 뽑고 소나무를 심는 광경을 봤다. ‘아니,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왜 뽑는 거야?’

김씨는 1998년 아들이 다니던 ㅅ초등학교의 운영위원으로 있으면서 학교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려다 절차가 복잡하고 힘들어 그만뒀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다 ‘요즘은 정보공개 청구를 인터넷으로 쉽게 끝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검색을 통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방법을 익혔다. “정보공개 청구 사이트에 접속만 하니 그 뒤는 매우 쉽던데요.”

김씨는 정보공개 청구 누리집(www.open.go.kr)에서 서울 중구청을 상대로 ‘2007년 1월1일부터 2009년 1월7일까지 가로수 교체 비용(나무 값 포함)과 일시, 교체사업자 명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김씨가 받은 자료를 보면, 중구청은 가로수를 교체하는 비용으로 2년 동안 24억1200여만원을 썼다. 그는 “중구는 납세 순위가 강남·서초·송파구 다음으로 4위에 오른 서울의 ‘부자 구’”라며 “구청이 돈이 많으면 아이들 급식비 등 좋은 사용처가 많을 텐데, 괜히 가로수를 소나무로 바꾼다면서 세금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통 신문이나 방송은 내가 원하는 걸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며 “내가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해 예산 감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다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번에는 서울 중구 관내 초·중·고교의 급식비 현황 및 학생 수를 학교별로 내달라고 요청했다. 또 전체 예산 가운데 정부 및 교육청 지원액과 학부모 부담액을 구분해 줄 것도 요구했다.

“자료를 받아본 뒤 급식 지원 현황이 어떤지, 가로수 바꾸는 것보다 급식 지원이 덜 시급한지 따져보고 싶습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