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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보공개법 11년... 행정기관 입은 되레 닫혔다

opengirok 2009. 10. 9. 10:00

작년 비공개 16%…국민 알권리도 대법 판례도 무시

“공무원 허위 답변·자의적 비공개때 처벌조항 있어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간사는 지난 8월4일,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1999년 1월1일~2009년 8월4일까지 최루액 사용 현황을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경기지방경찰청은 일주일쯤 뒤 “최루액 사용 종합기록이 없다”며 비공개를 결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09년 1월20일 용산 남일당에서 사용한 25ℓ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규식 민주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올해 14차례에 걸쳐 모두 2136.9ℓ의 최루액을 썼고, 그 가운데 2041.9ℓ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시위 현장에서 사용했다. 결국 ‘자료가 없다’고 말한 경기지방경찰청이 시민단체 쪽에 거짓 회신을 한 셈이다.

1998년 1월부터 시행된 정보공개법이 도입 11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인식은 크게 높아졌다. 시행 첫해 2만6000여건에 불과했던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지난해 29만1000여건에 이르렀다. 공공기관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를 뒤로하고 ‘정보 민주주의’가 확장된 셈이다.


» 2008년 정보공개청구 비공개율이 높은 주요 기관 
하지만 정작 행정기관의 정보공개율 등 ‘정보 행정’은 뒷걸음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내놓은 ‘2008년 정보공개청구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주요 국가기관의 비공개율은 16%로 전년(11%)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또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 개최하는 ‘정보공개심의회’의 개최 횟수도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2007년 991건에서 지난해 788건으로 줄었다.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제주대 교수·법학)은 “개최 횟수가 줄어든 것은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공개 기준이 들쭉날쭉 자의적이다 보니,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과 기업 이익이 충돌할 때 기업의 편을 든 것처럼 보이는 사례마저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센터는 지난 7월, 브롬산염 과다 함유 생수를 제조한 7곳의 생수 회사 이름을 공개할 것을 환경부에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정보공개를 거절했다.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생수의 회수율이 65%밖에 되지 않는데도 환경부는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보다 기업의 영업 비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과거 대법원이 이미 공개하도록 판결한 사항조차 비공개를 고집하는 사례가 있다. 결국 소송을 다시 내서 받아 가라는 뜻이다. 대법원이 2003년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공고하라는 판결을 냈지만, 최근까지 일부 지자체들은 이런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에 불응하고 있다.

경건 서울시립대 교수(법학)는 “현행법에는 처벌 조항이 없어 정보공개법을 지키지 않아도 해당 공무원이 처벌되지 않고, 결국은 소송으로 가야 한다”며 “징계조항을 도입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