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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투명한 사회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공개가 필수"

opengirok 2009. 10. 8. 09:43
09.10.07 19:20 ㅣ최종 업데이트 09.10.07 21:49 김장환 (skujjang)
  
정보공개센터의 공동대표인 이승휘 명지대 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 교수
ⓒ 김장환
이승휘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한 번이라도 청구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무뚝뚝하고 냉랭한 담당 공무원, 당신은 누구고 왜 정보공개를 청구하느냐며 취조하듯 따지는 그들의 반응, 그나마 돌아오는 건 '비공개'. 공무원의 대국민 서비스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정보공개 영역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난해 10월, 작은 시민단체 하나가 발족식을 가졌다. 바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다. "비록 지금은 정보공개센터가 작은 단체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착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리라 생각한다." 명지대 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 교수이자 정보공개센터의 공동대표인 이승휘 교수의 거침없는 발언이다.

 

아직까지 '정보공개'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어느덧 정보공개센터는 설립 1주년을 맞이하여 후원의 밤까지 개최한다고 한다. 이에 이승휘 교수를 만나 정보공개센터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지난 1997년 세종대 재단 비리에 맞서 해직교수 타이틀까지 얻었던 이승휘 교수는 기록관리와 정보공개 분야로 영역을 넓혀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각종 시민사회 단체에 가해지고 있는 압박에 대해 "정보공개라는 것은 진보와 보수, 좌우, 그리고 여야를 떠나서 어떠한 구분이나 당파성과 상관없이 응당 해야 할 것"이라며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의 언론재단 강의가 취소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압박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지만, 정보공개센터의 활동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 있게 말한다.

 

다음은 이승휘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보공개는 직접 민주주의에 다가가기 위한 중요한 수단

 

- 정보공개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정보공개란 무엇인가.

"정보공개라고 하는 것은 공공 영역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일한 공무원들이 업무의 결과로 생산한 기록을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공개가 최근 들어 중요시되는 이유는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형태로 일반 국민이 쉽게 정보를 공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향후 시민사회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말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직접 민주주의는 현재 불가능하다. 때문에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선거와 같은 제한적인 간접 민주주의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보공개는 직접 민주주의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인터넷과 같은 IT의 발달은 직접 민주주의가 현실화되는 토대를 제공해 주고 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야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중요한 결정은 국회나 국무회의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바로 정보공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가와 시민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국민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이 원활하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 호흡에서 바라볼 때, 정보공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투표율 자체가 많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선거만 하고나서 뒤에서 스스로 뽑은 사람에 대해 욕만 하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 수단이 바로 정보공개라며 그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이어 본격적으로 정보공개센터 설립과 역할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정보공개로 쌍방향 민주주의 실현"

 

  
"긴 호흡에서 바라볼 때, 정보공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 김장환
이승휘

- 정보공개센터의 설립 취지와 임무는 무엇인가.

"정보공개센터를 수식하는 문구가 '투명사회를 위한'이다. 말 그대로 투명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 센터를 설립한 목적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쌍방향 민주주의 실현' 이렇게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말하고 싶다."

 

-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 기록관리의 일부분이 정보공개라 할 수 있는데, 기록관리의 초석을 다진 민간 기관이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이하 연구원)'이라는 곳이다. 연구원은 주로 연구·교육·대외협력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중 일반 시민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대외협력 기능을 확대하고자 정보공개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정보공개센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설립하고, 정보공개 전문가이자 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전진한 선생에게 사무국장을 맡겼다.

 

의사결정은 주로 이사회를 중심으로, 정책집행은 소장 이하 사무국에서 수행하고 있다. 기록관리 학계에 있는 학자와 학생, 언론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기자와 PD, 그리고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인사들, 그리고 일반 시민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어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 기록관리 역시 일반에게는 생소하다. 기록관리와 정보공개는 어떠한 관계인가.

"쉽게 설명하자면, 기록관리가 원인이고 정보공개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업무의 결과인 기록을 잘 생산하고 제대로 보존하고 있어야만, 그에 대한 결과인 기록을 시민이 잘 이용하고 부당한 권력행사를 견제할 수도 있다. 기록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정보공개도 있을 수 없다."

 

- 지난 1년간 정보공개센터의 활동 영역과 그에 대한 성과는 어떠한가.

"우선 알 권리와 관련된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모니터링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보공개 단체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정보공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분별한 비공개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물론 비공개해야 할 기록은 엄격한 기준 하에 비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무분별하게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큰 문제다. 이를 다방면으로 압박하고 공공기관과 소통함으로써 최대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활동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정보공개가 결코 어려운 게 아님에도 일반 시민들은 그 존재 자체도 모를뿐더러 알더라도 막연히 어렵게 생각한다. 그래서 정보공개 대상자를 세분화하여 일반 시민과 전문직 종사자인 기자를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정보공개를 일반 국민들이 쉽게 할 수 있도록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국민과 센터에서 정보 공개한 소중한 기록들을 아카이빙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우리 정보공개센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문제점이나 한계점도 분명 존재할 것 같다.

"의욕적으로 이것저것 추진하다 보니 일을 벌여만 놓은 감도 있다. 이제는 조직을 좀더 추슬러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 재정적으로 안정을 꾀해야 한다. 우리나라 NGO가 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인력이 모자라 뜻한 바를 다 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전문적이면서도 집중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시민단체 대부분이 취약한 재정구조로 고생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보공개센터의 경우, 국가로부터의 재정적 지원 없이 설립 당시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씨앗자금을 토대로 350명이 넘는 회원이 자발적으로 내는 회비로 재정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었다. 이처럼 적극적인 회원을 기반으로 향후 정보공개센터의 방향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물었다.

 

중앙에서 지역으로 정보공개운동 확산

 

- 향후 정보공개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1주년을 맞이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완숙하게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이 있다고 가정하면, 각 후보들이 했던 일을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즉 이슈별, 주제별로 특화를 해서 정보공개 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또 하나의 방향은 지역적으로 정보공개운동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 지역 간 경계의 벽을 허물고 있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추진한 정보공개 운동을 검토해 보면 여전히 수도권 중심, 또는 전국구 포괄적인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지역 중심으로 필요한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을 마련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회원 및 일반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보통 선거권이 너무나 당연히 주어진 권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랜 기간 수많은 민중이 땀과 희생의 결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정보공개 역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으면 원래의 취지를 살려나가기 힘들다. 그럴 경우 서두에 말했던 쌍방향 민주주의나 직접 민주주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정보공개라는 게 우리 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것을 알림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우리 사회가 말 그대로 투명한 사회가 되고, 그 결과 실질적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